
2027학년도 수시 논술전형 평균 경쟁률이 48.14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일반전형 전체 지원 건수의 54.1%가 논술 한 곳으로 쏠린 셈입니다. 저도 수시 원서 접수 사이트 앞에서 마른침을 삼키던 수험생이었기에, 이 숫자가 단순한 통계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논술 쏠림현상, 왜 이렇게까지 심해졌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논술전형 모집인원은 전체의 22.5%에 불과한데, 지원 비중은 54.1%에 달한다는 수치를 보는 순간 제가 수험생이었을 때 느꼈던 그 감각이 되살아났습니다.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을 합쳐도 지원 비중이 45.9%인데, 논술 하나가 이를 넘어선 겁니다.
이 현상의 핵심은 내신 실질 반영률에 있습니다. 여기서 내신 실질 반영률이란, 대학이 공표하는 내신 반영 비율이 아니라 실제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논술전형에서는 내신 등급 간 점수 차이가 극히 좁아, 1등급과 4등급 차이가 합격선에서 역전되지 않을 만큼 미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당시 제 내신은 중상위권이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목표 대학에 닿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고, 그때 논술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올해는 두 가지 특수성이 겹쳤습니다. N수생, 즉 재수·삼수 이상의 수험생 증가와 현행 입시 체제의 마지막 해라는 점입니다. 2028학년도부터 입시 체제가 바뀌는 만큼, 현 체제에서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수험생들이 논술로 대거 몰린 것입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의 분석에서도 이 두 요인이 쏠림을 더욱 가속화했다고 보고 있습니다(출처: 진학사).
학과별 경쟁률을 보면 쏠림의 방향이 더 선명해집니다. 경희대 한의예과(인문)는 5명 모집에 3,111명이 지원해 622.20대 1을 기록했고, 삼육대 약학과 563.40대 1, 아주대 약학과 527.00대 1, 성균관대 의예과 524.60대 1로 의약학계열이 최상위 경쟁률을 싹쓸이했습니다. 비의약학 계열에서는 반도체 계약학과가 눈에 띄었는데,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297.67대 1을 기록했습니다. 계약학과란 특정 기업이 채용을 조건으로 대학과 협약을 맺어 운영하는 학과로, 졸업 후 취업이 사실상 보장된다는 점에서 지원이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 논술전형 평균 경쟁률: 48.14대 1 (전년 43.45대 1 대비 상승)
- 최고 경쟁률: 경희대 한의예과(인문) 622.20대 1
- 의약학계열 500대 1 초과 학과: 삼육대 약학과, 아주대 약학과, 성균관대 의예과
- 인문계열 최고: 국민대 경영학부 경영학전공 389.09대 1 (2년 연속)
- 반도체계열: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297.67대 1,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211.00대 1
실질경쟁률과 수능최저, 이걸 모르면 지원 전략이 무너진다
48대 1이라는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논술전형에는 최초 경쟁률과 실질 경쟁률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실질 경쟁률이란 논술 당일 실제로 고사장에 나타난 응시자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인원만을 분모로 계산한 경쟁률로, 흔히 최초 경쟁률의 4분의 1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48대 1이면 실질적으로는 12대 1 안팎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이 핵심 변수로 등장합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란 논술 합격 여부와 별개로 수능 영역별 등급 조건을 충족해야 최종 합격이 인정되는 기준을 말합니다. 가령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2개 영역 합산 4등급 이내"처럼 명시됩니다. 제 경험상 이 기준이 까다로울수록 실질 경쟁률은 가파르게 내려갑니다. 저도 논술 준비와 수능 준비를 병행하면서 수능최저를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논술고사 일정도 전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1월 3일 서울시립대·성신여대·홍익대 자연계열을 시작으로 수능(11월 19일) 전후로 나뉘어 치러집니다. 수능 이후에는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이른바 주요 대학들의 논술고사가 집중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일정이라는 점은, 최저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응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는 수능 전 논술을 치렀는데, 결과를 모른 채 시험장에 들어가는 심리적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수능 이후 일정의 대학에 지원했다면 최저 충족 확인 후 집중 준비하는 루트가 심리적으로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그리고 저는 이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술전형은 원래 정형화된 오지선다형 시험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전형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교 정규 수업만으로 대비하기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고난도 출제 경향과 대학별 논술 유형 차이 때문에 수험생들이 논술 전문 학원으로 몰립니다. 결국 공교육 내에서 논술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구조가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키고, 이는 교육 격차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단순히 높은 경쟁률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고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선발 인원 및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논술전형 경쟁률 48대 1이면 사실상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A. 최초 경쟁률만 보면 그렇게 느껴지지만, 논술 당일 결시율과 수능최저학력기준 미충족자를 제외한 실질 경쟁률은 통상 최초의 4분의 1 이하로 내려갑니다. 즉 실질적으로 12대 1 안팎이 되는 경우가 많아, 논술 실력과 수능최저 조건을 갖춘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전형입니다.
Q.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대학은 실질 경쟁률도 높은 편인가요?
A. 맞습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으면 결시율 자체도 낮아지고, 응시자 중 탈락하는 비율도 줄어들기 때문에 실질 경쟁률이 최초 경쟁률에 더 가까워집니다. 논술 실력 자체가 당락을 좌우하는 비중이 높아지므로 철저한 문항 유형 분석과 글쓰기 훈련이 더욱 중요합니다.
Q. 내신이 3~4등급대인데 논술전형에 지원해도 될까요?
A. 논술전형의 핵심은 내신 실질 반영률이 낮다는 점입니다. 내신 1등급과 4등급의 실제 점수 차이가 당락을 바꿀 만큼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3~4등급대 수험생도 논술 고사 성적과 수능최저 충족 여부로 역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지원 대학의 내신 반영 방식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Q. 논술고사는 언제 시작되나요?
A. 2027학년도 논술고사는 11월 3일 서울시립대·성신여대·홍익대 자연계열을 시작으로 본격화합니다. 수능(11월 19일) 이후에는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가 이어집니다. 수능 전후 일정에 따라 준비 전략이 달라지므로 지원 대학의 고사일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수시 지원자의 절반 이상이 논술 한 전형으로 몰리는 현실은, 내신과 학생부로 변별되는 기존 전형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느끼는 수험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입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있어봤기 때문에 이 숫자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금 논술을 준비 중이라면 최초 경쟁률보다 실질 경쟁률에 집중하고,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논술 글쓰기 연습과 수능 공부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남은 기간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