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을 받아 든 날,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4년을 쏟아붓고 손에 쥔 게 고작 서류 전형 통과권 한 장이었으니까요. OECD 교육지표 2026에 따르면 우리나라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71.1%로 전 세계 1위입니다. 그런데 정작 대졸자의 고용률과 임금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취업 준비 시절의 그 막막함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세계 1위 학력, 그런데 왜 취업은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취업 준비 시절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스펙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어학 성적, 자격증, 인턴 경력까지 남들 다 한다는 건 다 갖췄는데도 정규직 자리는 바늘구멍이었습니다. 당시엔 제 역량 문제라고 자책했지만, 지금 와서 통계를 들여다보면 이건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OECD가 발표한 교육지표 2026(출처: OECD Education at a Glance)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25~64세 고용률은 76.5%입니다. OECD 평균 79.1%보다 2.6%p 낮은 수치입니다. 특히 대학 졸업자만 떼어놓고 봐도 고용률은 80.1%로, OECD 평균 86.0%에 비해 5.9%p나 뒤처집니다. 고등교육 이수율은 세계 1위인데, 그 졸업자들이 일하는 비율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셈입니다.
여기서 학력 인플레이션(credential inflation)이라는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력 인플레이션이란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학력 수준이 과도하게 올라가, 실제 직무와 관계없이 대학 졸업장이 기본 입장권처럼 작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실감 나는 표현입니다. 지원 자격에 '4년제 대졸 이상'이라고 명시된 공고를 수도 없이 봤지만, 막상 합격하고 보면 그 직무가 반드시 대졸 역량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거든요.
노동시장 미스매치(labor market mismatch)도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노동시장 미스매치란 구직자의 학력·역량과 실제 일자리가 요구하는 조건 사이의 불일치를 뜻합니다. 대학은 고학력 인력을 쏟아내는데, 그 인력을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을 때 이 간극이 벌어집니다. 제가 이력서를 수십 군데 넣으며 피부로 느꼈던 게 바로 이 간극이었습니다.
학력별 고용률,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학력별 고용률을 OECD 평균과 나란히 놓으면 격차가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 고등학교 졸업자: 한국 72.8% vs OECD 평균 77.5% (–4.7%p)
- 전문대학 졸업자: 한국 78.1% vs OECD 평균 83.4% (–5.3%p)
- 대학 졸업자: 한국 80.1% vs OECD 평균 86.0% (–5.9%p)
흥미로운 지점은 학력이 높아질수록 OECD와의 격차도 함께 벌어진다는 겁니다. 고졸은 4.7%p, 대졸은 5.9%p로 오히려 고학력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구조입니다. 대학에 더 투자할수록 취업 경쟁에서 더 밀린다는 역설, 제가 취준 시절 막연히 느꼈던 감각이 이렇게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대학 4년의 값어치, 임금으로 돌아오고 있을까요?
취업에 성공한 뒤에도 허탈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초봉을 처음 확인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4년치 등록금과 생활비, 각종 시험 비용을 따져보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 건지 계산이 잘 안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교육지표를 보면서, 그게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상대임금(relative wag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상대임금이란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을 100으로 기준 삼아 다른 학력의 임금이 어느 수준인지 비교한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대학을 나오면 고졸보다 얼마나 더 버는가'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학 졸업자 상대임금은 131.8입니다. 숫자만 보면 고졸보다 31.8% 더 받는다는 뜻이니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OECD 평균은 139.3으로, 우리나라보다 7.5p 높습니다. 같은 대학 졸업장을 들고 있어도 한국에서 받는 임금 프리미엄이 평균보다 낮다는 의미입니다(출처: 문화일보 교육지표 2026 보도).
대학원 졸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대학원 졸업자 상대임금은 173.5인데, OECD 평균은 179.7입니다. 더 오래 공부할수록 격차가 해소되기는커녕 6.2p로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제가 주변에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그게 정말 임금으로 돌아오느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는데, 통계만 놓고 보면 그 의구심이 전혀 근거 없지 않습니다.
고등교육 공교육비 투자 수준도 짚어볼 부분입니다. 공교육비(public expenditure on education)란 정부가 교육에 지출하는 공적 예산을 학생 1인당 기준으로 환산한 금액을 말합니다. 2023년 한국의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6,479달러로 전년보다 12.1%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OECD 평균은 2만 2,878달러로, 무려 6,399달러 차이가 납니다. 대학에 몰려드는 학생 수에 비해 정작 국가가 쏟는 돈은 평균보다 훨씬 적은 셈입니다. 고학력 인재를 양산하는 시스템은 갖춰놓고, 그 인재에 대한 투자는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구조가 결국 교육의 질과 노동시장 연계를 함께 취약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 청년 고등교육 이수율이 정말 OECD 1위인가요?
A. 맞습니다. OECD 교육지표 2026 기준으로 한국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71.1%로 OECD 평균 47.5%를 23.6%p 웃돌며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캐나다(67.7%)나 아일랜드(66.8%)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이 높은 이수율이 고용이나 임금으로 이어지고 있는지가 진짜 질문이 됩니다.
Q. 대학을 안 나오면 취업이 더 어려운 거 아닌가요?
A. 학력이 높을수록 고용률 자체는 올라가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 고졸 고용률은 72.8%, 대졸은 80.1%로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어느 학력 구간이든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대학을 나와도 평균에 못 미치는 구조라면, 대학 진학이 만능 해법이냐는 질문을 한 번쯤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대학원까지 나오면 임금이 훨씬 오르지 않나요?
A. 고졸 대비 임금은 확실히 높아집니다. 한국 대학원 졸업자의 상대임금은 173.5로, 고졸 대비 약 73.5% 많이 받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OECD 평균(179.7)과 비교하면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는 구조입니다. 더 오랜 교육이 반드시 더 큰 임금 프리미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진학 전에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습니다.
Q. 노동시장 미스매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요?
A. 개인 차원에서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다만 대학 교육과 실제 직무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산학 협력, 전공과 무관한 직무 전문성을 인정하는 채용 문화 변화,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같은 정책적 접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직무 전문성을 스스로 증명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현실적으로 가장 빠른 대응이었습니다.
결론
제가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마 대학 간판보다 직무 포트폴리오에 훨씬 일찍 집중했을 겁니다. 고등교육 이수율 세계 1위라는 수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교육에 매달려왔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투자가 고용률과 임금으로 충분히 돌아오지 못한다는 현실도 함께 드러냅니다. 이건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육과 노동시장 사이의 구조적 간극이 오랫동안 방치된 결과로 봐야 합니다.
당장 이 구조가 바뀌기를 기다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졸업장이 아닌 직무로 승부한다'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라면 그 선택이 실제 일자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학력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더 높은 학력이 아니라, 더 뚜렷한 전문성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