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50여 일 앞두고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와 원서 접수 통계가 공개되었습니다. 국어 화법과 작문 70% 초과, 수학 확률과 통계 65% 육박, 그리고 자연계열 학생들의 대규모 사탐런까지. 숫자 하나하나가 제가 수험 시절 느꼈던 그 무거운 압박감과 정확히 겹쳐 보였습니다. 어떤 선택이 유리하고 어떤 선택이 독이 될 수 있는지,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선택 쏠림의 실체 — 화작·확통·사탐런 통계
9월 모의평가 응시 인원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건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구나"였습니다. 국어에서 화법과 작문(화작)을 선택한 비율이 70%를 넘었습니다. 화작이란 화법과 작문을 결합한 국어 선택과목으로, 언어와 매체(언매)에 비해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진 과목입니다. 전년도 수능에서도 67%였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더 높아졌습니다.
수학에서도 확률과 통계(확통) 선택 비율이 64~65%에 달했습니다. 확통이란 미적분, 기하와 함께 수학 영역 선택과목 중 하나로, 문과 수험생뿐 아니라 이과 학생 일부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하는 과목입니다. 과거에는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미적분을 택하는 흐름이 강했는데, 올해는 그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선택은 단기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정작 실전 수능에서 중위권 등급 하락이라는 역효과를 낳기 쉽습니다.
탐구 영역의 쏠림은 훨씬 더 극단적이었습니다. 2027학년도 수능 접수 기준으로 사회문화 약 29.8만 명, 생활과 윤리(생윤) 약 26만 명이 접수했습니다. 전체 수험생이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 두 과목의 접수 인원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른바 '사탐런'이란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과학탐구를 포기하고 사회탐구로 갈아타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 결과 생명과학Ⅰ은 7.4만 명, 지구과학Ⅰ은 8.2만 명으로 전년도 10만 명대에서 급감했고, 화학Ⅰ은 2만 명 미만, 물리학Ⅰ도 4만 명 미만이 예상됩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가 직접 이 통계를 들여다보며 느낀 것은, 과탐 선택 학생들이 모수 축소로 인해 등급 산출 구조 자체가 불리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등급 컷이란 상위 몇 퍼센트까지를 각 등급으로 나누는 기준선인데, 응시자 수가 줄면 중위권은 한 문제 차이로도 등급이 뚝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성실하게 이공계 기초를 다져온 학생들이 선택 구조의 왜곡 탓에 역차별을 겪는 셈입니다.
- 국어 화작 선택 비율 70% 초과 — 언매 선택자는 표준점수 이점 기대 가능하나 학습 부담 큼
- 수학 확통 선택 비율 64~65% — 미적분 중하위권은 실전에서 등급 하락 위험 존재
- 사회문화(29.8만)·생윤(26만) 과잉 집중 — 사탐 내부 경쟁도 심화됨을 간과 금지
- 생명과학Ⅰ(7.4만)·지구과학Ⅰ(8.2만) 급감 — 과탐 선택자의 등급 변동성 극대화
- 과탐 선택은 메디컬 계열·상위권 가산점 필요자에게 사실상 강제 선택지로 남음
영어 난이도 착시와 N수생 31% — 남은 50일의 진짜 변수
9월 모의평가 영어 1등급 비율이 15.54%로 나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년도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이 3%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9월 모평은 체감 난이도가 아주 낮았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함정입니다. 절대평가인 수능 영어에서 1등급이란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9월 모평에서 1등급 비율이 15%를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문항이 쉽게 출제되었다는 뜻이지, 실제 수능도 이 난이도라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전년도 흐름을 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작년에는 6월 모평 영어 1등급 비율이 약 19%, 9월 모평은 4%, 실제 수능은 3%였습니다. 올해는 6월이 4%, 9월이 15%로 등락 폭이 훨씬 크게 벌어졌습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9월 모평에서 최저 맞았으니 됐다"고 안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란 수시 전형에서 수능 특정 등급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조건인데, 9월 모평 결과에 들뜬 채 영어 학습을 손에서 놓으면 실제 수능에서 최저를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기에 더해 N수생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31%를 기록했습니다. N수생이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 이상 수능에 응시하는 학생을 말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마지막 수능이라는 '막차' 효과로 졸업생 유입이 크게 늘었고, 현역 고3 인원이 줄어든 것과 맞물려 비율이 치솟았습니다. 제 경우엔 재수생이 많은 해에 수능을 치러본 적이 있는데, 이미 한 번 이상 실전을 경험한 집단이 어떤 압박에서도 덜 흔들린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현역 수험생 입장에서 이 31%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성적 분포 전체를 위로 밀어올리는 무게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제2외국어·한문 영역 접수 인원이 전년 수능 접수의 5만 명 수준에서 올해는 12만 1천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서울대 인문계열 지원자 증가와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의 전략적 접수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 부분은 서울대 정시를 노리는 수험생이라면 제2외국어 준비 수준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학 확통 선택하면 정시에서 불리한가요?
A. 무조건 불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확통 선택자가 64~65%에 달하면 상위권 내 표준점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부 대학은 미적분·기하 선택자에게 정시 가산점을 부여합니다. 가산점이 등급 차이를 완전히 메워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지원 대학의 가산점 규정을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사탐런 해서 생윤·사회문화 선택해도 괜찮나요?
A. 응시 인원이 많아 등급 컷이 안정적으로 형성된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수험생의 절반 이상이 같은 두 과목에 몰리면, 어설픈 준비로는 오히려 등급이 밀릴 수 있습니다. 사탐도 내부 경쟁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Q. 9월 모평 영어 1등급 15%면 수능 최저 맞추기 쉬운 건가요?
A. 9월 모평은 수능이 아닙니다. 역대 출제 흐름을 보면 9월 모평과 실제 수능 영어 난이도 사이에는 항상 상당한 격차가 존재했습니다. 9월 모평 기준으로 최저를 맞췄다고 해서 학습을 늦추면 실전에서 최저를 놓칠 가능성이 큽니다. 6월 모평(1등급 4%) 수준의 난이도를 기준으로 계속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N수생이 31%면 현역은 수능에서 불리한가요?
A. N수생 비율이 높아지면 전체 성적 분포가 위로 당겨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현역 수험생 입장에서는 같은 원점수라도 표준점수나 등급이 이전 해보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불리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남은 기간 긴장을 유지하며 마무리 학습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결론
2027학년도 원서 접수 통계가 드러낸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수험생들이 적성이나 전공 기초보다 위험 회피와 단기 등급 확보에 최적화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구조적 파행이 성실한 학생들에게 역차별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행 선택과목 체제가 마지막 해까지 혼란만 안겨준 실패한 실험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수험생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선택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선택 안에서 최대한 단단하게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사탐을 골랐다면 방심 금지, 과탐을 유지했다면 모수 감소를 감안해 한 문제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것. 영어는 9월 모평 결과와 무관하게 6월 모평 난이도 기준으로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것. 남은 50여 일, 숫자의 소용돌이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유일한 생존법이라는 것을 제가 뼈저리게 배웠던 그 교훈 그대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