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수시 망하면 정시로 뒤집는다"는 말을 반쯤 믿었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도 그 공식이 흔들릴 거라고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2028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 자료를 펼쳐 든 순간, 제가 가진 전제 하나가 통째로 무너졌습니다. 정시 비율이 줄고, 정시 안에까지 내신이 파고든 지금, 3년 치 학습 설계를 다시 짜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정시 축소, 어느 정도길래 이렇게 큰일인가요?
상위 15개 대학 기준 정시 선발 비율이 2027학년도 40.3%에서 2028학년도 36.6%로 내려앉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3~4%포인트 차이지만, 서울대·한양대·동국대가 일제히 정시 비율을 30%로 축소한 데다 연세대까지 같은 선으로 내려오면서 체감 충격은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연세대의 경우 고교기여대학 지원사업 제외라는 외부 변수가 맞물렸지만, 결과적으로 수험생 입장에서는 정시 자리 자체가 줄어든 셈입니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정시 내 교과 반영 전형이 약 80% 폭증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정시 내 교과 반영 전형이란, 수능 점수만으로 당락을 가르던 기존 방식과 달리 학생부 내신 성적을 일정 비율로 함께 반영하는 전형을 말합니다. 제가 진학 지도실에서 이 수치를 처음 확인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능을 아무리 잘 봐도 내신 3등급 이하가 쌓여 있으면 감점 폭을 수능 점수로 메우기 어려운 구조로 바뀐 것이니까요.
이 변화가 왜 중요하냐면, '정시=수능 100%'라는 공식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할 때마다 처음에는 믿지 않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럴 때 저는 숫자를 직접 보여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 상위 15개 대학 정시 비율: 40.3% → 36.6% (2027→2028학년도)
- 서울대·한양대·동국대·연세대 정시 비율 30%로 축소
- 정시 내 교과 반영 전형 약 80% 증가 — 내신이 낮으면 정시도 위험
내신 관리, 어느 등급까지가 실질 마지노선인가요?
제가 2학년 아이들과 상담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내신을 몇 등급까지 유지해야 하냐"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의 차이를 짚어두는 게 좋습니다. 학생부 교과 전형이란 내신 성적을 정량적으로 환산해 주된 평가 지표로 삼는 전형이고,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은 내신뿐 아니라 세부능력특기사항, 비교과 활동, 자기소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교과 전형은 숫자, 학종은 서사를 중심에 놓는 방식입니다.
상위 15개 대학 교과 전형 합격의 1차 기준은 내신 약 1.3등급(9등급제 환산 시 2.0등급 수준)으로 봅니다(출처: 교육부 대입정보포털). 이 기준이 처음에는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이과 지망생들을 지도해 보면 수학·과학 과목에서 2등급이 두 개 이상 누적되는 순간 종합 전형에서도 불리해지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이과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선택과목이 다양해지는 2학년 시점부터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위험입니다.
정시 중심 전략을 택한 학생이라도 최소 내신 2등급 선은 사수해야 합니다. 3등급 이하로 내려가면 대학 측 학업역량 평가에서 페널티가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학업역량 평가란 대학이 지원자의 고교 수업 이수 수준과 성취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성 평가 항목을 말합니다. 이 페널티를 수능 점수로 상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가장 강하게 설명하는 대목이 바로 여기입니다.
2028학년도부터는 학생부 교과 전형 안에도 정성 평가가 도입되고, 학종은 면접형과 서류형으로 이원화됩니다. 전형 트랙이 세분화될수록 한 가지 무기만 믿고 가는 전략은 위험해집니다. 제가 상담 테이블에서 거듭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수능 최저, 3합 7이 왜 기준점이 됐을까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란 수시 전형에 합격하기 위해 수능에서 반드시 넘어야 하는 최소 등급 조건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3합 7'은 국어·수학·탐구(또는 영어) 세 과목 등급 합계가 7 이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기준이 왜 중요하냐면, 아무리 내신과 세특이 완벽해도 수능 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면 서류가 검토조차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8학년도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수능 최저를 적용하는 인원이 약 400명 이상 늘어났습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려대 학업우수형처럼 기준이 완화된 사례도 있지만, 이화여대는 3합 7로 오히려 강화됐습니다. 대학마다 방향이 다르다 보니 지원 전략을 세울 때 각 대학의 기준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습니다.
논술 전형은 상황이 더 단호합니다. 중앙대 일부 전형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대학이 수능 최저를 적용하며, 이과 논술 합격선은 수능 수학 1~2등급 수준의 실력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을 지도할 때 가장 먼저 수학 모의고사 등급부터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논술 실력을 키우기 전에 최저 충족 여부를 먼저 따지지 않으면 공부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갑니다.
탐구 반영 방식도 변수입니다. 탐구 2과목 평균으로 보는지, 1과목만 인정하는지, 아니면 각 과목에 개별 등급 조건이 붙는지에 따라 전략적 유불리가 크게 달라집니다.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3합 7 수준의 최저 충족 능력을 갖추는 것을 기본값으로 놓고 3년 학습을 설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시 비율이 줄었다고 해도 수능 준비가 덜 중요해진 건 아닌가요?
A. 수능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수능만으로 커버되지 않는 영역이 넓어진 것입니다. 정시 내 교과 반영 전형이 80% 가까이 늘어난 만큼, 수능 점수가 높아도 내신이 3등급 이하로 내려가면 실질 감점을 수능으로 상쇄하기 어렵습니다.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Q. 이과생이 수학·과학에서 2등급이 나오면 학종에서 정말 불리한가요?
A. 단 한 번의 2등급이 치명적이라기보다, 반복해서 누적될 때 문제가 됩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학업역량 평가를 통해 지원자의 전공 관련 교과 성취도를 정성적으로 봅니다. 이과 핵심 과목인 수학·과학에서 2등급 이하가 여러 개 쌓이면 지원 학과와의 적합성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수능 최저 충족이 어려운 학생은 어떤 전형을 노려야 하나요?
A. 수능 최저 미적용 학생부 종합 전형이나 수능 최저 없는 교과 전형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다만 수능 최저 없는 전형은 경쟁률이 높고 서류·면접 변별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어, 세부능력특기사항 관리와 면접 준비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어느 경로든 내신 2등급 방어는 공통 전제 조건입니다.
Q. 학생부 교과 전형에 정성 평가가 도입되면 내신 등급만 높으면 불리해지나요?
A.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내신 1등급대를 유지하면서도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이 빈약하다면 정성 평가 항목에서 변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세특이란 과목 담당 교사가 학생의 수업 참여도와 학습 태도, 탐구 활동 등을 기록하는 학생부 항목을 말합니다. 정량 점수만큼 세특 내용의 질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결론
2028학년도 대입전형 변화를 한 줄로 정리하면 "어느 하나도 버리면 안 되는 구조"가 됐습니다. 정시 비율 축소와 정시 내 교과 반영 확대, 수능 최저 적용 인원 증가가 맞물리면서 내신도, 수능도, 비교과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압박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교육부가 공언했던 대입 전형 간소화 기조가 사실상 후퇴한 셈이고, 저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수험생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내린 결론은 2학년 1학기를 기점으로 수시와 정시 중 어느 경로가 유리한지 먼저 진단하고, 그에 맞는 내신 방어선과 수능 최저 충족 계획을 동시에 세우는 것입니다. 전형이 복잡해질수록 전략의 출발점은 오히려 단순해야 합니다. 지금 내 위치에서 지킬 수 있는 최소 기준을 정하고, 거기서부터 촘촘하게 쌓아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